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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줄거리 및 해석

by 바트트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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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도 영화관에서 보지는 못하고 집에서 티비로 하는 걸 봤습니다. 그렇게 흥행이 됐던 영화도 아닌 것 같아서 별 기대 없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는데 절대 예사로운 영화가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처음에 시작은 무슨 영화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는데 보다 보니 이미 저는 파이와 한 배에 타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국면을 뒤집을 만한 반전까지 완벽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역시나 남들의 인생영화에도 올라와 있을 만큼 상도 여러개 탄 굵직한 작품이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포스터

 

파이의 어린 시절과 가족

파이 파텔은 어릴적 인도 남부 퐁디셰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가족과 함께 자랐습니다. 어느날 한 번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파이가 고깃조각을 던져주며 그를 눈 앞에서 보려고 하자 기겁한 그의 아버지 산토시 파텔이 달려와 이를 막습니다. 그러고 파이에게 야생 동물 중 특히 호랑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거리를 유지하도록 주의를 주었습니다. 호랑이 이름이 왜 리처드 파커인가? 원래 이름은 ‘Thirsty’였으나 주인이 호랑이를 파는 과정에서 서류를 잘못 작성해 호랑이 이름에 주인의 이름인 리처드 파커를 적어냈습니다. 물론 사람들 모두 호랑이 이름이 ‘Thirsty’인 것을 알고 있으나 재밌으니까 그냥 리처드 파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파이는 호기심이 다분한 아이로, 종교와 철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힌두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린 나이에 힌두교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에도 전부 매료되어, 각 종교의 가르침을 모두 따르고 싶어 했습니다. 그의 다종교적 믿음은 주변 사람들 특히 아버지에게 의아하게 여겨졌으나, 파이는 각 종교에서 나오는 믿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파이의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인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이주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들은 동물원의 동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캐나다로 떠납니다.

 

난파 사고와 바다에서의 생존

파이의 가족이 타고 있던 화물선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해저인 마리아나 해구를 지나던 중, 폭풍우에 휩싸입니다. 처음에 파이는 비바람을 즐겼으나 정도가 점차 심해지고 배가 침몰하고 맙니다. 파이는 배가 빠지기 전에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오르지만, 그의 가족은 모두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체 바다에 빠져 사망하게 됩니다. 파이는 혼란 속에서 헤엄을 쳐 살아남은 동물 몇 마리와 함께 구명보트로 무사히 난장판을 빠져나옵니다. 동물들은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랑이 리처드 파커까지 수영해서 구명보트를 타게 됩니다. 처음에 파이는 겁을 먹고 리처드 파커를 못타게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역부족임을 인지하고 포기합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구명보트는 완전히 고립되었음을 깨닫고, 생존을 위해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에 구명보트조차 안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이에나가 수영해 오느라 지치고 다친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공격하면서 구명보트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파이도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울먹이면서 이 광경을 지켜만 봅니다. 자연의 잔혹함과 생명의 덧없음이죠. 그러나 가장 위험한 존재는 리처드 파커였습니다.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사냥한 다음에 리처드 파커가 하이에나를 단숨에 처단합니다. 좁은 구명보트에는 이제 파이와 리처드 파커 둘만 남은 상황이고 초반에 둘은 서로를 견제합니다. 파이는 처음에 리처드 파커가 굶주리면 자신을 잡아먹힐까 봐 두려워하며, 구명보트의 끝부분에 머물며 물리적 거리를 두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존재는 서로의 생존에 의존합니다.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두려워했지만, 동시에 그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책임감과 긴장감이 생존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혼자 배에서 고립됐다면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는 것이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기로 결심하고, 동물원에서 배운 짤막한 지식을 바탕으로 먹이를 주고 훈련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는 호랑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만들기 위해서 꾸준히 생수와 그물로 잡은 생선을 제공하며, 리처드 파커 또한 파이에게 어느정도 순종하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파이는 자신의 고독과 두려움을 극복합니다. 그럼에도 바다에서의 수개월을 보내며 구명보트에 있던 물과 식량이 부족해지고 그들은 정신적으로도 점점 더 지쳐갑니다.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기나긴 여정 끝에 구명보트는 다행히 육지에 도달합니다. 멕시코 해안이었습니다. 일본 마리아나 해구에서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에 도달하다니, 신이 도와준 것이죠. 리처드 파커는 배가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밀림 속으로 사라집니다. 파이는 리처드 파커가 생사를 같이 했음에도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쿨하게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이후 탈진해 쓰러진 파이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파이는 일본 해운 회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파이의 가족이 타고 가던 배가 일본산 배였고 침몰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파이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이야기를 듣고난 후 그가 겪은 일을 믿지 못하며, 거짓말하지 말고 이해 가능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이에 파이는 고민하더니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가 영화 내내 보여준 리처드 파커와의 생존 이야기였고, 두 번째 이야기는 리처드 파커와 동물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들이 각각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상징한다는 이야깁니다. 하이에나는 배에 타고 있었던 성격 드러운 요리사를, 다리를 절뚝이던 얼룩말은 다리를 다친 선원을, 오랑우탄은 파이의 어머니를, 그리고 리처드 파커는 파이 자신이었습니다. 화 중간에 어느 한 교회 목사가 성수를 훔쳐 마시려는 파이를 보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You must be Thirsty” 물론 문맥상 너 목이 말랐구나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리처드 파커의 본명이 Thirsty였다는 사실을 잊으셨으면 안됩니다. 이런 떡밥들과 함께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본 영화는 파이가 자신의 내면적 고통과 본능을 동물들로 투영한 것입니다. 이 두 이야기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에 대한 파이의 명확한 대답은 제시되지 않으나 파이는 우리에게 "당신은 어떤 이야기가 더 좋나요?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배에 사람들이 탔다는 두 번째 이야기를 믿습니다. 아름다운 얘기는 아니지만 설득력이 비교적 있기 때문이죠. 이 질문은 영화가 단순한 생존 서사에서 벗어나, 신의 믿음에 대한 질문과 연결되며 철학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당신이 첫 번째 이야기를 믿는다면 신을 안 믿을 이유가 없다고 파이는 말합니다. 심오한 책을 한 권 읽은 느낌이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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