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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줄거리 및 해석

by 바트트 2024.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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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예전에 친구에게 추천받았었는데 제목을 처음 듣고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조제는 뭐고 호랑이랑 물고기는 뭘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뭔가 어린이를 위한 영화 같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잊을 수 없는 제목입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일본 영화입니다. 장애를 가진 여주인공 조제와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의 만남과 이별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포스터

 

츠네오와 조제의 만남

츠네오는 마작을 치는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손님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 애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합니다. 유모차 안에 보물이 들어있다, 야쿠자의 물건을 배달하는 것이다. 어느 날, 츠네오는 심야알바가 끝나고 새벽에 집 가는 길에 웬 유모차가 언덕길을 홀로 내려오더니 가드레일에 박는 것을 봅니다. 뒤에서는 할머니가 아파보이는 다리를 이끌며 힘겹게 오고 있었죠. 할머니의 부탁으로 츠네오는 유모차 안을 들춰보자 유모차 안에는 웬 성인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 여성은 츠네오를 보자마자 갑자기 칼부터 들이대죠. 할머니에게 낯선사람을 조심하라고 배운 것 같습니다. 조제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조제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그녀를 집 안에 가둬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폐쇄적인 삶을 살게 했습니다. 조제는 그로 인해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 속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제는 단순히 세상과 단절된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강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답답한 조제가 할머니를 재촉해서 산책을 나가다가 그 사단이 난 것이죠. 츠네오는 점점 빈번히 조제의 집에 들릅니다. 조제의 할머니는 츠네오가 올 때마다 아침밥을 해주시죠. 처음에는 단순히 할머니의 부탁으로 조제의 곁을 지키게 된 츠네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제의 독특한 성격에 매료되고, 그녀의 내면에 숨어있는 따뜻함과 상처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사랑하게 된 것이죠. 조제는 츠네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오히려 차갑고 무뚝뚝한 태도로 그를 대하지만, 츠네오는 그런 조제의 태도를 반기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조제는 보면 볼 수록 신기했습니다. 그녀는 할머니가 가져온 책을 모조리 다 읽어서 굉장히 박학다식했고 요리 또한 잘했습니다. 높은 의자에서 요리를 한 다음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쿵하고 떨어지기도 했죠. 츠네오는 이 모습을 처음에 걱정했으나 조제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츠네오의 조제를 향한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나쁜 남자 츠네오

그러나 조제는 아직 츠네오에게 마음을 다 열지 않았습니다. 아마 자신을 향한 관심이 동정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교관계에 익숙지 않아 낯을 가린 것일 수도 있죠. 그래도 조제 또한 천천히 츠네오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둘은 단절됩니다. 츠네오는 조제를 위해 장애인 복지 혜택 같은 것을 찾아와서 소개합니다. 그렇게 집 수리도 무료로 받게 됐는데 이때 츠네오의 대학 친구 카나에를 만나게 됩니다. 츠네오는 사실 여친이 있었고 그녀의 이름은 카나에입니다. 카나에에게 조제의 얘기를 한 츠네오였고 최근 츠네오가 자신에게 집중을 너무 못하자 조제의 집으로 정면돌파한 카나에였습니다. 복지 전공인 카나에는 견학겸 온 것이지만 사실은 조제를 보기 위해서 온 것이었죠. 그렇게 조제의 기분은 완전히 상했습니다. 자신에게 들이대던 츠네오는 여인이 있었고 심지어 그녀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하다니. 이후 츠네오는 조제의 집 근처에도 못가게 됐습니다. 츠네오는 조제를 잊고 싶어하지만 계속 마음 한 켠에 있습니다. 어느 날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어쩌다 듣게 되고 츠네오는 조제의 집으로 황급히 가 오열하는 그녀를 안아주죠. 그렇게 연인이 된 둘은 알콩달콩 지내며 한 번은 조제가 보고 싶어하는 호랑이를 보러 동물원에도 갑니다. 책으로만 읽어봐서 한 번 쯤은 꼭 보고 싶어했거든요. 그런 사랑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츠네오는 길을 걷다 카나에를 보게 됩니다. 대학교에서 엘리트였던 카나에는 길거리에서 춤을 추며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이후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츠네오는 조제와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매번 유모차에 이상이 생기면 츠네오가 먼저 고쳐주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유모차는 고장난 상태로 방치돼 있고 조제와도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루는 조제와 츠네오가 수족관에 들려서 물고기를 보고 츠네오의 부모님을 뵈러가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상견례죠. 그러나 수족관 문은 닫혀 있었고 이를 문제로 둘은 또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상견례를 고민하는 츠네오를 보고 조제는 바다로 가자고 합니다. 수족관을 못 간 대신 말이죠. 그래서 둘은 바다로 가서 사진도 찍고 사랑을 나누며 좋은 추억을 쌓습니다. 하지만 몇 달 후 둘은 헤어집니다.

 

츠네오와 조제의 담담한 이별

이별은 굉장히 쿨했습니다. 같이 지낸 지 1년이란 시간이 넘었는 데 둘은 담백하게 헤어집니다. 이후 츠네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은 한 가지 뿐이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츠네오는 카나에와 함께 걷다가 오열하며 주저앉습니다. 그러고 “헤어져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조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반면, 조제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다니며 혼자서 장도 보고 요리도 하며 당돌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처음에는 영화의 끝을 보고 뭔가 찜찜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한 번 더 본 다음에 이유를 찾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면 남녀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귀다가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고 헤어지거나 극복을 합니다. 조제의 입장은 모르겠으나 츠네오의 대사를 보면 자기가 도망친 것이라고 합니다. 딱히 현실적인 문제가 없었는데 그냥 마음이 떠났다는 것이죠. 돌이켜보면 츠네오는 카나에라는 여친이 있는데도 조제에게 반한 인간이었습니다. 바람이었죠. 츠네오는 조제를 동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를 사랑했을 뿐이죠. 조제를 동정했다면 결코 떠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어느 순간 사랑이 식은 권태기가 왔고 떠났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진실 됐기에 헤어진 이후에도 마음 한 켠에서 지울 수가 없고 자신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조제 또한 츠네오의 진실된 사랑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한 느낌입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츠네오가 나쁜 남자로만 보였는데 지금은 또 그렇지가 않네요. 그냥 이 이야기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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